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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현주소
7일간의 연휴 동안 숨가쁘게 진행된 한·미 관세 협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의 방미 이후, 한국 정부는 주요 실장단과 함께 관세 후속 조율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차 경주 방문이 예정되어 있지만, 정상회담이나 관세 합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25% 관세를 감수하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협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APEC 이후의 관세 전선
미국 일정에 따르면 트럼프는 일본을 먼저 방문한 뒤 한국을 1박 일정으로 찾을 예정입니다. 이는 외교적 압박의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실질적 협의 없이 귀국한다면 관세 교착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대미 자동차 수출에 25%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수조 원대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역시 중국과의 외교적 경쟁 속에서 한국을 완전히 놓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이 제시한 합리적 대안
미국은 한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를 요구하며,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은 "상업적 합리성"을 내세우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직접투자 비율을 5%로 낮추고 나머지를 대출이나 보증으로 대체하며, 수익 배분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협상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한국의 외환 보유고와 국회의 승인 절차, 그리고 국내 기업들의 투자 리스크 관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업과 반도체: 협상의 두 개 열쇠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 조선업 부활'을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김정관 장관이 미국 조선업에 대한 한국의 투자 확대를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첫 번째 협상 열쇠로 꼽힙니다.
두 번째 열쇠는 반도체입니다. 오픈AI와의 대규모 메모리 칩 계약은 한국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을 부각시켰습니다. 미국은 생산시설의 일부를 자국 내로 이전하길 원하지만, 한국은 국내 인프라를 유지하면서도 공급 조절로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안보와 통상의 교차점
이번 협상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닙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국방비 증액, 무기 구매 협의 등 안보 이슈와도 밀접히 연결돼 있습니다. 위성락 안보실장의 "핵무장 고려는 없다"는 발언은 사실상 원자력협정 개정에 합의가 이뤄졌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이는 양국이 통상-안보 패키지 딜을 진행 중이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관세 전쟁의 부담과 전략적 인내
현대기아차가 이번 분기에만 부담해야 할 관세 비용은 2조 4천억 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지키기 위해선 단기 손실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식 통상 전략의 본질은 힘의 외교이기에, 한국은 냉철한 현실 인식과 장기적 전략이 필요합니다.
결국 이번 협상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심리전입니다.



핵심 평가와 전망
협상의 복잡성
이번 협상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통상-안보-투자가 삼중으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관세율을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원자력협정, 국방비, 반도체 공급망, 조선업 투자까지 모두 연결된 패키지 딜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한국의 협상 전략
한국 정부의 대응은 나름 합리적입니다. 투자 구조를 재조정하여 외환 리스크를 완화하고, 상업적 합리성을 강조하며, 반도체와 조선업이라는 전략 자산을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우려 요소
몇 가지 현실적 어려움도 존재합니다. APEC까지 제한된 시간에 복잡한 이슈를 해결해야 하고,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는 국회 승인이 필수적이어서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또한 현대기아차의 분기별 2.4조원 관세 부담은 기업 경영에 즉각적 타격을 줍니다.
장기적 관점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합니다. 트럼프식 협상은 초반 강경하지만, 실질적 이익이 없으면 타협점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이 단기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반도체와 조선업이라는 전략 자산을 활용하며, 안보 협력을 적절히 조합한다면 합리적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결론
한·미 관세 협상은 산업, 안보, 외교가 복합적으로 얽힌 거대한 협상 구도입니다. 한국은 현명한 인내와 전략적 유연성을 동시에 보여줘야 합니다. 조선업과 반도체, 그리고 안보 협력을 균형 있게 활용할 때 진정한 윈-윈의 가능성이 열릴 것입니다.
이번 협상은 한국의 협상력과 전략적 인내심을 시험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단기적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국익을 지켜내는 협상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